[에디터 노트]열일곱, 처음 산부인과 진료 받던 날

에디터 킴
조회수 286

“엄마, 내 안 한데이”


  월경라이프 2n년 차. 케케 묵은 시절의 이야기를 떠올리게 된 건 10월 20일 초경의 날을 맞아 초경 관련 아이템 회의를 할 때였다. 


  에디터마다 초경의 추억을 소환했고 대체로 초등학교~중학교 사이에 초경을 시작한 것 같았다. 그럼 초경 이후 청소년들은 어떻게 월경주기를 보내고 있을까에 대한 콘텐츠도 찾아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나와야 할 피가 나오지 않는다


  첫 월경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지만 월경을 3개월이나 하지 않아 산부인과를 내원했던 기억은 생생하다. 

  처음 한두 달은 너무 편했다. 피가 나오지 않았고, 찝찝한 생리대를 차지 않아도 됐으니까. 하지만 3개월이 넘어가자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엄마, 내 안 터진다”(흔한 경상도 모녀의 대화)

“와(왜) 안 터지노? 언제 하고 안 했노?”

“모르겠다. 한 세 달 넘은 거 같은데... 병원에 함 가보까?”




  학교를 마치고 교복 차림으로 동네에 새로 생긴 큰 여성 병원을 찾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공기가 나와 엄마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사람들은 엄마와 나를 위아래로 쳐다보며 수군대는 것만 같았다. 난 그저 월경을 하지 않았을 뿐이고, 자궁 문제는 산부인과에 가는 것이 맞지만 무언가 나쁜 짓을 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왜였을까. 찜찜한 눈빛과 고요를 뚫고 내 이름이 불렸고, 문진표를 작성했다. 문진표에는 월경주기를 묻는 내용과 함께 성관계 경험을 묻는 내용도 있었다. 


  왜 이런걸 묻는지, 어떻게 답변해야 하는지 망설이는 사이 엄마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대답하셨다. (뭘 이런걸 묻냐고 화를 내실 줄 알았지만 엄마의 담담함에 살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편하면서도 불편한 월경불순의 날들


  드디어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인생 처음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태어나 처음으로 내 몸 안을 들여다보게 됐다. 자궁벽과 나팔관까지 두루 살펴보며 수 분의 시간이 지난 후 내가 월경을 하지 않는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월경을 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첫째, 자궁벽은 두꺼워지는데 출혈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와 둘째, 자궁벽 자체가 두꺼워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나는 후자 쪽이었다. 




  자궁벽이 두꺼워지면서 출혈이 없는 경우에는 월경이 시작된 후 출혈량이 많아진다고 했다. 내 경우에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왜 월경을 3개월이나 하지 않고 있는지, 다른 문제점은 없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답변은 없다. ‘지금 별다른 증상이 없으니 약을 먹거나 지켜보자’ 까지였던것 같다. 


  그 이후에도 나는 두어 달씩 월경을 하지 않는 일이 잦았고, 자연스레 ‘월경 불순’의 삶을 살았다. 편했지만 불편했다. 특히 여름엔 이것이 마치 축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엉땀띠로부터 해방된 삶이라니..)


  하지만 주기가 불규칙하니 생리대를 항상 가지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러다 갑자기 월경이 시작되면 부랴부랴 편의점을 찾아야 했다. 그럼에도 진료를 받아야겠다거나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고 넘겼다. 해당 주기만 무사히 지나가면 된다고 생각하면서.




 


내 건강을 알려주는 맞춤형 건강지표


  성인이 된 후 받게 된 산부인과 진료에서 처음 질 초음파를 받았고(미성년자이면서 성관계 경험이 없는 경우 항문 초음파를 진행한다) 심하진 않지만 ‘다낭성 난포’ 진단을 받았다. 


  아마 고등학생 때 첫 산부인과 진료 이후, 다시 월경이 두세 달씩 없었을 때 병원을 방문했다면 좀 더 구체적인 검사와 처방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랬다면 좀 더 내 몸에 더 일찍 관심을 가져주었을 테고, 월경 불순으로 인한 불편함과 불안감을 지울 수 있었을 테니까. 


  요즘에도 청소년들이 산부인과를 방문할 때 증상에 대한 진료 보다 낙태 시술이나 문의를 위해 방문한다고 단정 짓는 경우가 있다는 글들을 봤다. 하지만 산부인과 진료는 성과 임신, 출산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때문에 일반 내과 진료처럼 선입견 없이 내원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과거의 경험에 비춰 청소년기 산부인과 진료가 필요한 이유는 2차 성징 후 몸의 변화가 일어나고, 월경을 하면서 내 몸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왜 질염이 생기고, 왜 월경을 몇 달씩 하지 않고, 작은 물혹이 생기기도 하는지. 내 몸의 한 가운데 가장 안쪽에 있는 장기가 나의 건강과 어떻게 관련이 있는지 말이다. 


  초경을 시작한 이후 월경용품의 사용법도 중요하지만 월경이 일어나는 이유와 월경과 관련해 내 몸 나타나는 증상들에 대해서도 가까운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과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100명의 사람은 100개의 증상이 있다고 할 만큼 월경에는 크고 작은 개인차들이 존재한다. 만약 평소와 다른 증상이 나타났다면 혼자 마음 졸이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산부인과를 내원할 것을 추천한다. 에디터킴



2 0